스무날
조선 4대 문장가 장유張維 1587~1638의 기가 막힌 이야기를 전합니다.
네 명의 아이를 잃은 비극입니다.
김경순 기자 2025-08-2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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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장유는 3남 2녀의 자녀를 두었지만, 이 중 3남 1녀를 잃었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실입니다. 

첫째 아들 이순而順은, 장유가 27세 되던 1613년에 태어났으나,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둘째 아들 계순季順은 1615년 태어났지만 1621년 7세의 나이로 요절했습니다.

딸 계옥季玉은 1622년 태어났지만 1626년 5세가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셋째 아들 맹순孟順 1624년 태어났지만 1626년 누나와 같은 해, 불과 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처럼 장유는 불과 5년여 사이에 자녀 3명을 연달아 잃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 시기는 장유가 광해군 시대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힘겨운 관직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기에, 그의 슬픔은 더욱 깊었습니다.


장유는 7살에 죽은 둘째 아들의 묘비명에 "나는 네가 태어났을 때 기뻤고, 네가 병들었을 때 슬펐으며, 네가 죽었을 때 통곡했다. 네가 죽은 뒤에도 너를 잊을 수 없다. 너는 세상에 없는 것만 같구나"라고 썼습니다.

3살에 죽은 셋째 아들의 묘비명에는 “네가 죽었으니 이제 내 아들은 없다. 나의 대를 이을 이가 없으니 내 마음은 참으로 슬프다.”라며, 부모로서의 슬픔과 함께 한 집안의 대가 끊길지도 모른다는 깊은 절망을 토로했습니다.


장유는 이 비극을 시로 토해냈습니다.


"내 나이 삼십도 안 돼 인생의 슬픔 여러 번 겪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스무날 만에 네 아이를 잃어야 하다니.


맏딸은 아홉 살이 지났고

막내딸은 겨우 돌박이이며

둘째 딸은 막 일곱 살인데도

슬기로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네.


가장 잊지 못할 앤 아철이니

불쌍하게도 생김새가 기이해

때로는 성을 내며 책장을 어지럽히고

대추 배 내놓아라 귀찮게도 굴었지


평소 눈앞에서 보던 것처럼

생생히도 마음 속 깊이 남아 있는데

손바닥 안에 있던 네 구슬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네.


예쁜 꽃술처럼 참으로 귀엽기도 했는데

비바람에 남은 것이 없는 텅 빈 가지

내버려 두고 억지로 마음을 펴고 눌러 보지만

생각할수록 스스로를 지탱하기 어려워.


상여에 실어다 빈 산에 묻으니

네 무덤 서로 보루처럼 의지하네.

하늘을 향해 통곡하노라니

뜬구름도 날 위해 더디 가네. 


악덕을 쌓아 재앙을 불렀으니 어디를 향해 원망할 것인가 

동문오 같은 이를 생각해 보면 정 떼지 못하는 일 부끄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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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날’에 대한 설명

시인의 임무는 역사가가 아니다. 스무날이라는 표현은 아이들 죽음의 기간의 사실과 다르다. 그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표현했다. 수년에 걸쳐 네 아이를 잃는 것은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비극으로 받아들이고, 이 엄청난 슬픔을 ‘20일’이라는 충격적으로 짧은 단 한 번의 기간으로  압축함으로써, 그의 감정을 증폭시켰다.

슬픔에 잠긴 부모에게 네 자식을 잃은 사이 사이의 시간은 마치 찰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감정적인 ‘20일’은 그의 내적, 심리적 경험을 반영하는 것. 자식들의 각각의 죽음의 고통이 다음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지속적인 고통으로 흐릿하게 이어졌다. 이 표현은 냉정하고 사실적인 일보다 감정적 현실에 더 충실하고 있다.


자식 넷을 잃었으니 5년의 시간은 스무날도 긴 것이리라. 


이 시는 그가 단순히 탁월한 문장가이자 관료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슬픔을 겪고 아파했던 한 아버지[인간] 였음을 보여 주고 있다.


*동문오董文五는 한나라 시대의 효자 동영董永의 애칭이다. 자신이 겪은 자식의 죽음이 마치 자신의 악덕惡德 때문에 일어난 재앙인 것처럼 느끼고 있다. 그는 동문오를 자신과 비교하며, 자식에게 정情을 쏟고 집착했던 자신의 마음이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다. '정 떼지 못하는 일 부끄러워라'는 표현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매몰되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것.

이는 아픔을 초월하여 달관의 경지에 이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 준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그에 대한 자기 성찰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프로필

칼럼리스트 김양배

지식재산권(특허상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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