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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 2024년 12월 17일 0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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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여행② 경전선이 들려주는 '추억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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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여행② 경전선이 들려주는 '추억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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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慶全線)은 철도 여행객 사이에 '간이역 골든 코스'로 통한다. 경남 밀양 삼랑진역과 광주송정역 사이 289.5㎞를 잇는 철도로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이른바 낙후 지역이 많아 상당수 간이역들이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 있다.

◆ 득량역 앞에는 타임머신이 있다!

득량역은 경전선 구간에서 볼거리가 가장 많은 역이다. 역사는 수년 전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어 옛 멋을 느낄 수는 없지만, 역사를 나서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1970~1980년대 시골 마을의 전형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역 앞길에 '득량 추억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득량 추억의 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역전이발관이다. 1970년대 중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공병학 씨가 인수해 문을 열었다. 1978년 4월 25일자 보성군수 직인이 찍힌 '이용업 개설 신고필증'이 이발관 중앙 벽면 상단에 걸려 있다. 신고필증에는 6대4 비율로 가르마를 탄 머리숱 풍성한 젊은 이발사의 명함판 사진이 부착돼 있다. 눈가에 두텁게 세월이 내려앉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사람과 요금 외에 이발관 내 시설과 도구는 개업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항공기 좌석과 가죽 소파를 결합한 듯한 이발 의자, 흰색 타일을 붙인 세면대의 세숫대야와 플라스틱 바가지, 일부분 녹이 슨 이발 도구들이 코흘리개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다녔던 고향의 이발관를 떠올리게 한다.

득량역 앞길에는 역전이발관 이외에 꾸러기문구, 득량상회, 득량국민학교, 역전만화방 등이 자리해 있다. 그중 꾸러기문구는 1980년대 문방구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당시 유행하던 장난감과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포스터들을 감상할 수 있다. 1984년 여름 개봉한 만화영화 '내 이름은 독고탁', 철인 28호 로봇 완구, 인기 만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종이 딱지를 보면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 신세대는 호기심 만발, 구세대는 감회에 젖어

경전선은 본래 전체 구간이 단선 철도에다 정차역이 많아 열차가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단선이기에 교행(交行)하려면 철로가 2개 이상인 역이나 신호장에서 마주 오는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곡선 구간도 속도를 마음껏 높이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느림보 열차이다 보니 남해고속도로 등 영남과 호남을 잇는 고속도로가 등장하면서 승객이 급감했다.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경전선 복선전철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0년 12월 삼랑진~마산(42.2㎞), 2012년 12월 마산~진주(53.3㎞) 구간의 복선전철 사업이 완료됐다. 2015년 진주~광양(51.5㎞) 복선전철 사업이 마무리되면 경남 지역 경전선은 옛 모습을 완전히 잃게 된다. 마산~진주 복선전철 개통으로 예닐곱 개 간이역이 지도에서 사라졌다.

지난 11월 중순 간이역의 원형이 남아 있는 경전선 구간을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1930년 문을 연 남평역(전남 나주시 남평읍)이다. 곽재구 시인의 대표작 '사평역에서'의 배경지로 2006년 등록문화재 제299호로 지정됐다. 2011년 10월 무정차역이 됐지만 지난 9월 27일부터 남도해양 관광열차가 정차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광주역에서 출발해 마산역으로 향하는 남도해양 관광열차가 매일 오전 8시 48분에 남평역에 도착해 15분간 정차한다. 철로변 대합실 출입구에 차양 지붕을 덧댄 목조 단층 구조로 역사 내부는 현재 다구(茶具) 전시장으로 이용된다.

남평역에 이어 들른 곳은 능주역이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 위치한 역으로 영벽정(映碧亭)이 가깝다. 영벽정은 능주역을 나와 왼쪽 방향으로 걸으면 10분 이내에 닿는다. 지석강의 맑은 물에 투영된 연주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에 지어진 2층 구조의 정자로 돌기둥 12개가 기와지붕의 목조 누각을 떠받치고 있다. 1988년 중수돼 고색창연함은 덜하지만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워낙 빼어나 명소로 이름이 났다.

능주역에서 순천 방향으로 약 25㎞ 남하하면 무배치간이역인 전남 보성 명봉역이 나온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반면 역무원이 없다 보니 안전사고 가능성을 우려해서인지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코레일 전남본부장 명의의 경고판에는 건널목이 아닌 선로 무단 횡단 시 철도안전법 제48조에 따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적혀 있다.

명봉역에선 무궁화호 이외에 남도해양 관광열차가 오전 9시 45분(마산 방향), 오후 8시 59분(광주 방향)에 각각 출발한다. 열차 출발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명봉역 내 녹색문고에 비치된 책을 읽는 것도 좋다. 한국현대수필문학선집(총 7권)을 비롯해 국내외 소설과 만화 삼국지 등 읽을거리가 다양하다.

명봉역 이후 추억의 거리가 조성된 득량역을 지나면 한우 정육점과 식당이 운영되는 진상역, 두 대의 남도해양 관광열차가 교행하는 하동역, 디지털 열차 시각 안내판이 설치된 횡천역이 이어진다. 횡천면사무소 앞에 마침 오일장이 열렸는데, 규모가 너무 작아 장이라고 부르기에 멋쩍었다.

경전선 일부 역에선 카셰어링 서비스 유카(YOUCAR)를 이용할 수 있다. 광주송정역, 보성역, 득량역, 순천역, 하동역, 진주역, 마산역, 창원중앙역 등지에서 유카가 운영된다. 이용 요금은 차종에 따라 다르다. 1시간 기준으로 '레이'는 주중 4천100원/주말 5천100원, '프라이드'는 주중 4천800원/주말5천9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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