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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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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김양배 칼럼 등록일 : 2024-10-19 15:38 최종편집일 : 2024-10-19 15:42

소비환경뉴스 / 칼럼

대머리 새

‘독수리’ 라는 말이 순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禿수리’였습니다. 독禿은 ‘대머리 독’으로 뜻을 새기고 ‘대머리 또는 머리털이 빠지거나 끊어져 없어진 것을 일반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한자로는 독취禿鷲라고 하며 여기에서 취鷲는 ‘독수리 취’입니다.
또 강희자전에는 ‘독禿은 독鵚, 독추禿鶖와 같다, 새의 이름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독鵚과 독추禿鶖는 모두 무수리 독, 무수리 추의 뜻이며, 무수리는 머리에 털이 없고 성질이 포악하며 학처럼 크게 생겼고 짙푸른 몸에 붉은 긴 목과 머리에 털이 없으며, 물고기나 뱀 등을 즐겨 잡아먹는, 고서古書에 나오는 황샛과에 딸린 물새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라틴어 aquila, 프랑스어 aigle에서 파생되었고 중세 영어에서는 egle입니다. 독수리의 영어 기원은 알려지지 않지만 독수리의 깃털에 대한 언급으로 어두운 색, 거무스름한 것[aquila] 또는 북풍[aquilo]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독수리의 눈은 동물계에서 가장 강하며, 시력은 인간보다 4~8배 더 강합니다. 독수리는 3.2km 떨어진 토끼를 발견할 수 있고 흑백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새보다 고공 비행을 하지만 산맥을 넘지 않고 바다 위를 비행하지 않으며, 두건으로 독수리의 눈을 가리면 독수리는 의식을 잃거나 감각 상실로 인해 뇌가 정지하기도 합니다.
이런 독수리의 날카로운 기능성을 빗대어 문화적으로 수많은 이름으로 명명되고 용맹스러운 이미지가 있어 여러 국가나 단체에서 상징물로 씁니다.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개발해낸 최초의 국산 전투기인 ‘FA-50은, Fighting Eagle ‘싸우는 독수리’로 지었습니다. 잘 된 작명입니다.

영화감독 D.J. Caruso는 「Eagle Eye」를 통하여 앞으로 인간의 삶을 독수리의 눈으로 지켜보는 슈퍼 울트라 짱컴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비록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감시 체제이지만, 자칫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Big Brother가 통치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질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됩니다. 빅 브라더든지 이글아이든지 그 근본은 빅데이터를 요리하는 AI가 될 것 같습니다. 카루소 감독은 그것을 경고한 것입니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심한 대머리였습니다. 대머리 독禿이 들어간 한자의 문서를 쓰는 사람은 죽임을 당할 정도였죠. 아무리 황제가 다스리는 봉건시대라지만 지금으로부터 불과 600여년 전의 일인데 사람의 생명을 그렇게 간단히 여긴다는 것은 포악한 군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조선보다 인권이 훨씬 열악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주원장의 이러한 광기는 표면적 이유였고 역시나 최고 권력자는 늘 권력의 유지나 강화 또는 반역에 노심초사하였으므로, 정권유지를 위한 방책이었다는 設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독禿을 파자하면, <삐침 별 丿  + 나무 목 木  + 어진 사람 인儿>입니다. 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아들’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주원장의 입장에서 자기 외에 다른 하늘 아들이 또 내려오면 안되는 것이었죠. 이미 천자는 자기로 정해졌으므로 그 외에는 누구도 하늘의 아들이 될 수 없었습니다. 원래의 한자 구성 원리는, 벼가 익어 이삭이 아래로 처지면 마치 사람의 대머리처럼 머리 부분이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또 당시는 왕이나 황제의 이름은 철저히 피휘避諱하였기에 황제를 상징하는 단어를 함부로 일필휘지했다가는 큰일을 당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역대 왕족들의 이름을 어려운 한자로 택하는 것은 백성들의 삶을 배려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원장은 무력으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자기 이외의 모든 세력인 독禿[우두머리]들이 권력을 탐내는 일은 없어야 했습니다. 독禿의 존재는 반드시 죽여서 제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명 태조는 권력을 잡은 후 생사를 함께 한 개국공신들을 거의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미국 태생의 유명한 포크송 그룹사운드 Eagles, 이들이 만든 불멸의 곡 ‘Hotel California’.
비록 가사에는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3인의 플레이어가 번갈아 펼치는 트리플 애드립 연주는 락 기타리스트들이라면 반드시 연주해야 할 명곡 중의 명곡입니다. 제가 고3 때인 1977년에 발매되었는데, 당시에 얼마나 좋았던지 LP로 수십 번이나 들었고 지금도 기타 애드립 부분은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과 함께 자주 듣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골방이나 텅 빈 스타디움의 계단, 혹은 산속 오두막집에서, 이 곡을 연습하느라 집중하는 아이들이 1,000여명은 넘을 것입니다. 최고의 연주가를 꿈꾸며.

끝으로 독수리 관련, 우리 속담 몇 개를 모아봅니다.
‘독수리는 모기를 잡아먹지 않는다’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다 같은 속담, 리더는 리더답게.
‘독수리는 파리를 못 잡는다’
아무리 용맹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능력에 맞는 일은 따로 있는 법.
‘독수리 본 닭 구구하듯’ 독수리를 본 닭은 정신이 나간다. 위험이 닥쳤을 때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는 모양.

<김양배 프로필>
⦁ 지식재산권 전문가(특허·상표)
⦁ 호성특허법률사무소 총괄본부장
⦁ (주)일렉트린 기술전략본부장
⦁ 언론인(칼럼니스트)
⦁ 사회활동가/  환경운동가
⦁ 전) 한국라오스재단 사무총장/ 기흥호수살리기운동본부 수석부회장/ 새마을대학 교학처장/ 새마을 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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