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김경순 기자등록일 : 2019-09-30 08:28최종편집일 : 2019-09-30 08:28
우리의 전통민속 장날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스탤지어(nostalgia)의 노란 손수건처럼 추억의 날개를 펴고 가보고 싶어지는 옛 추억을 아울러 나는 이미 그곳으로 날아가고 있다.
용인시 김량장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 옛 정취를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자욱이 새겨진 장날의 풍경이 나를 5일마다 기다리게 한다.
용인 전통민속 5일 장날은 용인시민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근처 수도권역의 시민들이 몰려와 볼거리 먹을거리를 느긋하게 즐기며 흥정하는 재미와 덤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용인 중앙시장은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 1910년경에 김량장동으로 옮겨와 옥양목이나 광목을 팔던 포목전, 칼국수와 팥죽을 파는 곳이면 인절미와 떡집이 자리했고 장국밥에 막걸리가 풍미를 더한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던 곳이기도 하다.
면면히 이어 오던 서민들의 축제 마당이기도 했던 5일 장날이 민족상잔의 쓰라린 6,25 전쟁을 겪으며 잠시 쉬어가던 아픈 기억 말고는 줄곳 100년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장터이다.
6.25 전쟁 이후 50년대 초반부터 포곡, 모현, 양지, 원삼, 백암, 이동, 등 용인 근동사람들이 농사지은 보릿자루, 대두 자루, 쌀자루 하나씩 들고나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하고 또 있을 5일 장날을 기다리며 막걸리 한잔이 유일한 낙이었고 소식을 교환하는 장이었다.
어쩌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장에 따라가면 엿 한 조각 입에 물고 기뻐하던 그 시절의 추억이 한 웅큼 쥐어 주던 엿가락처럼 나도 모르던 사이 이미 시장에 와 있다.
5일 장의 먼 기다림은 향수(鄕愁)에 젖은 향수병(homesickness)처럼, 나를 일깨워 아늑한 고향의 풀냄새를 맡고 느끼게 한다.
용인 중앙시장의 전통시장 5일 장날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1967년에 작고한 청마(靑馬) 유치환 선생의 시(詩) “깃발”을 소리 없이 외우며 걷곤 한다.
깃발-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단 줄을 안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