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내 관제 업무 기피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인력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민기 위원장(더불어민주당·용인시을)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철도 관제 업무 담당자 현원은 318명으로, 정원 353명 대비 35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제 분야 정원 미달 인원은 2017년 5명, 2018년 10명, 2019년 29명, 2020년 38명, 2021년 38명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다 2022년 35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관제사는 철도차량의 운행을 집중 제어·통제·감시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열차 운행 전 구간의 실시간 상황을 통제하고, 운행 선로 및 시설물 유지 보수 작업에 대한 검토와 승인, 모니터링을 수행한다.
과거 관제사는 열차 전체에 대한 지휘·통제 업무를 수행하는 컨트롤타워로 인기 직종에 속했으나, 기관사·승무원보다 수당이 적고,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책임질 일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등으로 인해 최근 대표적인 기피 업무로 꼽히고 있다.
당초 코레일은 연도별로 내부 직원 중 관제 업무 희망자를 모집해 인원을 충원했으나, 지원률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2017년 관제 업무를 수행해 본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직 경력자’ 모집에서 최종 선발은 5명(모집 20명, 지원 7명)에 그쳤다. 이후 2019년부터는 현실에 맞게 모집인원을 5명으로 수정했으나, 이마저 미달돼 2020년 1명 선발(1명 지원), 2021년 0명 선발(2명 지원)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재직자 중 관제 업무를 수행해보지 않은 재직 신규자반 모집 역시 2021년 7명 선발(8명 지원)에 그쳐, 2022년에는 개별 설득을 통해 신규 인원을 모집해야 했다.
그럼에도 정원 부족을 모두 채우지는 못해 올해부터는 신입 공채 시 관제 직무 분야를 별도로 채용하면서 ‘타 직무로 전보 불가’ 단서를 달기도 했다.
이처럼 관제 분야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지만, 처우 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코레일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관사의 연간 고정수당은 관제사보다 평균 561만 원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승무원 역시 관제사에 비해 약 295만원 더 많은 수당을 받았다. 관제사는 받지 못하는 승무수당, 위험수당 등을 지급받기 때문이다.
한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제 직무 지원 고민 글에는 공사 직원들의 “관제 직무 아직 헬게이트?” “어떠한 철도 사고에도 엮이게 되는 업무” “내부서도 기피하는 거면 다 이유가 있지”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이 압도적” “48시간 회사에서 씻고 자며 근무, 잠은 쪽잠” “지방에서 서울로 넘어오기 위해 1~2년 차 신입직원들만 지원” 등의 댓글이 달리며, 이 같은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김민기 의원은 “철도차량을 통제·감시하는 관제 업무는 안전한 철도 운행을 위해 안정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숙련도 높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며, “더 이상 관제사들의 사명감과 희생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수당을 신설하는 등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