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채 몇달 남지도 않은 시점에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뜬금없는 박지성 복귀 카드를 빼내 들었다. 홍 감독은 즉흥적인 생각은 아니며, 국가대표 감독에 부임할 때부터 이미 마음먹고 있었던 일이라 밝히고 있다. 여론은 대체로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가 실제 성사될 가능성에 의문을 두면서도 복귀 자체는 반기는 분위기로 보인다.
박지성이 누군가. 2002년 한일 월드컵때 히딩크 감독에게 발탁돼 포르투칼전 결승골로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한 이래 네덜란드 프로축구를 거쳐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세계적인 명문클럽 맨유에서도 주전으로 맹활약했던, 말 그대로 한국 축구가 낳은 불세출의 영웅이다.
2002년 첫 월드컵을 치른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거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과 솔선수범하는 맏형 리더십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끌었던 주역 중 단연 돋보이는 이가 박지성이었다. 축구선수로서의 기량 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인성과 지도력까지 모두 갖추었다는 호평을 받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박지성이라는 카드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무려 4회 연속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축구선수로서의 큰 영예임이 틀림없다.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축구선수라고 해도 쉽사리 이루기 힘든 기록이기도 하다. 그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뛰는 것을 축구 인생의 '꿈'으로 여기는 선수도 아마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지성은 분명 축복받은 선수임에 틀림 없다.
다만, 이 시점에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 은퇴 이후 소속팀에만 전념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는 박지성을 또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이끈 속내가 궁금하기는 하다. 물론, 지금까지의 국가대표 박지성은 최고였다. 그러나 그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가 됐고, 축구선수로서의 전성기도 이미 지났다는 것이 축구계의 전반적인 평가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또 하나, 체력과 기량적인 면을 떠나 보다 중요한 것은 박지성 본인의 국가대표 복귀 의사 여부다. 2011년 일본과의 아시안컵 이후 국가대표에서 물러난 그는 이후 국가대표 복귀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뜻을 이미 강하게 피력한 바 있어서 이번 홍명보 감독의 '콜'에 주저없이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박지성은 큰 부담을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다.
국가대표팀 감독의 입장에서 '캡틴 박'의 복귀는 불가피한 고육지책이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후배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는 선택을 강요하기 전에 여러 루트를 통해 박지성의 의사를 타진해 보는 것이 옳은 순서였다고 본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원하는 많은 국민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언론의 압박이 얼마나 거세 질 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손쉬운 해법을 찾기보다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설령 박지성의 홍명보 감독의 '삼고초려'에 화답해 대표팀 복귀라는 통 큰 결단을 한다고 해도 박지성의 몸 상태가 과연 국가대표팀 전력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지 면밀히 체크해 보아야 한다. 코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성적에만 매달려 자칫 성급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동안 쌓아온 박지성 개인의 명예에도 흠집이 될 뿐 아니라 팀의 케미스트리도 깨뜨릴 수 있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귀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