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해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일을 맡은 사람.'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대변인'의 정의다. 일이 터지면 기자들이 대변인부터 찾는 이유다.
11월5일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하자, JTBC < 뉴스 9 > 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스튜디오로 초청해 대담을 했다. 11월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여당 추천 위원들은 해당 뉴스가 공정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법적 제재 의견을 냈다. 권혁부 방송부문소위원회 소위원장은 "이날 통합진보당 관련 뉴스는 18분12초였고 이날 뉴스의 핵심은 정부가 정당 해산을 청구한 이유인데도 이에 대한 내용은 1분도 채 안 돼 양적 균형을 지키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뉴스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언론 자신이 판단하며, '당사자'의 반론이 부족하거나 빠진 기사야말로 '기레기'(기사와 쓰레기의 합성어)의 전형이라는 걸, 여당 추천 위원들은 미처 몰랐던 모양이다. 이들은 정부에 불리하게 보도하면 법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은연중에 '커밍아웃'한 셈이 됐다. 꼼꼼하게 초까지 재가며 JTBC를 징계하겠다는 이분들이, 70%가 넘는 보수 성향 패널을 출연시켜 연일 정부에 유리한 내용을 방송하는 다른 종편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번 주에 커밍아웃한 사람 하면 이분을 빼놓을 수 없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11월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 되면 이 사람들 이제 노동 3권 보장돼요. 툭하면 파업 들어가고 뭐하고 하면 어떻게 관리를 하겠어요?"라고 숨겨왔던 자신의 노동관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이틀 뒤 SBS 라디오에 나와 "진의가 어떻든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라고 사과하면서도, "이 양반들이 지금 비정규직이 아니에요. 아웃소싱하는 회사의 정직원이라는 말이에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파견 근로자를 국회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한 2011년 약속이 나온 맥락을, 용역업체 '정규직' 근로자들이 일상처럼 마주해야 하는 불안을, 김 대변인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낮은 곳, 억울한 곳, 힘든 곳부터 살피겠습니다"라고 해놓았다. '대변인'의 뜻을 곱씹을수록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