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강원도, 인천시 등 접경지역 지자체와 함께 말라리아 남북공동 방역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한 준비에 돌입하기로 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3개 지자체의 이번 결정은 지난 4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관계전문가 초청 실무회의에서 논의된 결과다.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체계는 유지해야 하지만, 현재 말라리아 유행시기(4~10월)를 앞두고 있는 만큼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총 2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북한에 지원된 물품은 말라리아 진단키트, 방역차량, 구제약품 등으로 남한 접경지역(경기, 인천, 강원) 말라리아 감염환자 수가 2007년 2,227명에서 2013년 445명으로 약 80%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말라리아 방역사업에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세계퇴치기금(The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이 올해 6월말로 대북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세계기금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1억 3백만 달러를 북한에 지원했고, 한국정부는 동 기금에 2004년부터 지원을 시작해 2016~2018년 연간 40억 원을 지원해오고 있다.
이번 세계기금의 지원 중단에 따라 북한 말라리아 감염환자 수는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북쪽에서 바람을 따라 남하하는 매개모기의 영향으로 접경지역 주민 등 우리 군인의 피해도 예상된다.
특히 남한 환자의 80% 이상이 북한 발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되고 있어 남북 공동방역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실제로 말라리아 방역은 11~4월까지가 유충구제, 6~9월까지가 모기방역 적기인 만큼 남·북한이 공동으로 진행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인하대 열대의학과 김동수 교수는 4일 열린 회의에서 “말라리아 완전 퇴치를 위해서는 공동방역과 원충관리, 환자 발생 시 조기진단과 치료가 병행되고 남북한 공동방역 체계를 구축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등 3개 지자체는 지난해부터 말라리아 남북공동 방역사업을 준비해왔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산됐었다.
현재는 최근 남북·북미정상회담 개최 예정 등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가운데 북측에 다시 공동방역을 제안한 상태로, 북한의 최종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신환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은 “남북한 주민의 건강을 위해서 공동방역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 경기도와 인천, 강원도는 접경지역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조해 조속히 사업을 재개하는데 주력할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