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160여명 가운데 약 100명 정도가 골절·화상 등 중상이나 가벼운 부상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체·물리적 상처는 없더라도 입원 환자는 물론 나머지 생존자들 역시 정신·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만큼 되도록 빨리 전문적 진단·치료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달래야한다는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더구나 이번 사고 경험자들의 상당수가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정신과적 조기 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상자가 약 240명에 이른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 등 과거 대형 참사들의 사례에서 보듯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상당 기간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게 된다.
사고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를 꺼리거나 사고가 떠오를 수 있는 장소에 가지 않는 등의 반응은 일반적이다. 악몽 등을 통해 사고 장면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거나 신경이 곤두서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쉽게 잠들기도 어렵다. 심한 경우 사람을 피해 아예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공황발작·환청·공격성향·우울증 등의 증상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생존자들은 정신과 전문의 상담과 뇌 자기공명영상 촬영, 뇌파 검사 등을 통해 현재의 스트레스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받고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유 프로그램을 거칠 필요가 있다.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이 대화와 위로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돕는게 가장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SSRI(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나 수면제 등 신경안정에 필요한 약물이 사용되어야 하기도 한다.
이같은 조기 치료가 중요한 것은 사고 직후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환자가 방치될 경우 10~20% 정도는 만성·장기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단계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장기간 지속되면, 우울증 등 다른 정신장애를 동반하게 된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저절로 회복될 확률은 낮아, 10년이 지난 뒤에까지 약 40%의 환자에서 남아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사건 후 스트레스를 치료하지 않으면 자연 회복되는 약 30%를 제외하고 40%는 가벼운 증상, 20%는 중등도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10%는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며 "일반적으로 나이가 매우 어리거나 반대로 고령에서 발생한 경우 중장년층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사고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조기 발견과 대처를 위해 학회 차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모집해 보건복지부·소방방재청·교육부 등과 함께 무료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